새벽 3시 40분은 한국에서 가장 솔직한 시간이다.
내가 대구의 한 편의점 카운터 뒤에서 2시부터 8시까지 근무한 지 4년 2개월이기 때문에 아는 사실이다. 그 시간이면 온갖 소음은 이미 다 죽어 있다. 술 취한 자들은 첫 병을 마시고 잠들러 갔고, 배달원들은 차에 짐을 실었고, 거리에는 형광등의 웅웅거림과 서두르지 않고 지나가는 택시 한 대만 남아 있다. 3시 40분이면 편의점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더 이상 아는 척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을 산다. 아니면 아픈 것을 산다.
나도 오래전에 아는 척을 그만두었다. 사람들의 습관을 익혀서 제대로 미워하기 위해서다. 손가락이 닿지 않으려고 카운터에 동전을 세어 놓고 가는 자,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열고 그 안에 자기 인생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2분 동안 들여다보는 여자, 공장 야간 근무 청년으로서 항상 커피 두 캔과 맥주 한 캔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사 가는 녀석. 사람을 아는 것은 정들지 않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지팡이 노인이 딸기 요구르트를 사 가는 게 돌아가신 아내가 먹던 것 때문이라는 걸 알면, 더 이상 물어볼 필요가 없다. 더 이상 좋아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나는 요즘 좋아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내 이름은 유리. 412살이다. 구미호지만 요즘은 그 티가 별로 나지 않는다. 청바지 치마, 회색 맨투맨, 구미호의 머리카락은 너무 빨리, 너무 윤기 나게 자라서 짐승처럼 길들여야 하기에 머리핀으로 묶어 올린 검은 머리. 진짜로 사랑할 때마다 꼬리를 하나씩 잃는다. 그게 규칙이다. 누군가와 자거나 설렐 때가 아니라, 진짜로 사랑할 때, 아는 척할 수 없는 그 진실로 사랑할 때 꼬리는 마른잎처럼 저절로 떨어져 나가고 돌아오지 않는다. 아홉 개의 꼬리. 아홉 번의 사랑. 그리고 그것이 다하면 나는 인간이 된다.
인간이자 죽을 몸. 그게 의미하는 모든 것과 함께. 주름, 감기, 허락 없이 멈추는 심장.
하나가 남아 있었다. 딱 하나. 마지막 하나, 삼각김밥을 채우려고 몸을 숙일 때 낮고 느리게 뛰는 것, 그가 들어올 때 저도 모르게 곤두서는 것.
그는 재민이다. 서른세 살. 법의학 수의사. 죽은 동물을 열어서 왜 죽었는지 알아낸다. 사람보다 몸을 훨씬 잘 이해하고, 그건 인사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짧고 정확하게 고개를 숙여, 내가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공간이 얼마인지 재는 것처럼. 참치 삼각김밥 두 개와 물 한 병을 산다. 항상 같은 것. 항상 3시 40분. 3년째 그러고 있다.
꼬리: 9개 중 1개.
처음 그를 봤을 때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오래갈 거야.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법의학 연구소 가운을 반쯤 열고, 소독약과 깨끗한 동물 냄새를 핀처럼 코에 꽂으며 왔다. 계산하고, 나를 보지 않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갔다. 그리고 나는 카운터 뒤에 서서 차가워진 손, 뭔가가 중요해질 때 차가워지는 구미호의 손을 하고서 말했다. 아니야. 이 사람은 아니야. 이 사람은 손님이야. 손님은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분류하는 거야.
열하루 동안 분류했다.
추위
추위는 가장 먼저 내게서 달아나는 것이다. 구미호는 체온이 잘못 조절되어 있다. 평온할 때는 뜨겁게 타오르고, 뭔가 속에서 흔들리면 온도가 손끝과 코끝으로 달아나서 주머니에 넣고 기다려야 한다. 재민이 젖은 머리에 손등에 거즈를 붙이고 3시 40분에 도착한 밤, 체온이 갑자기 확 빠져서 계산대 유리를 뿌옇게 만들었다.
"베셨어요?" 하고 물었다.
그는 거즈가 최근 발명품이라도 된 것처럼 손을 내려다보았다.
"고양이요. 시립 보호소에서요. 물지는 않는데, 마취를 잘못하면 할퀴어요."
"그런데 당하고 계시네요."
"당하는 거죠." 하고 그는 입꼬리 한쪽만 올려 웃었다. "아프지 않게 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
그날 밤 그가 가고 나서 창고에 들어가 음료수 상자 위에 앉았다. 창고는 2미터에 3미터짜리 상자에 깜빡이는 전구 하나, 판지와 세정제 냄새가 나는 곳이다. 그곳에서 냉동고의 웅웅거림 사이로 당김이 느껴졌다.
허리 아래에서 온다. 털이 있는 곳에서 반창고를 떼는 것 같은 건조한 당김. 그리고 빈자리에 찬 공기. 그리고 꼬리, 나의 마지막 꼬리가 맨투맨 아래로 저절로 빠져나와, 끝이 검은 흰색으로, 아이 팔뚝만큼 굵게, 공간을 찾으며.
"아니야." 하고 내 꼬리에게 말했다. "아직이야. 우리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꼬리는 세정제 통에 감기고 내 말을 듣지 않았다.
4시 10분에 다음 근무 캐셔 서연이 샤워하고 아직 젖은 머리에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스물두 살. 방사선사가 되려고 공부한다. 어린 개 같은 에너지와 아무도 묻지 않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유리 언니, 어떤 아저씨가 노란 선 위에 차를 대서 '아저씨, 거기 안 돼요' 했더니 '알아요'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알면 왜 대요?"
"네가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걸 알으니까."
"너무하네." 그녀는 커피를 따르고 의자에 앉았다. "삼각김밥 아저씨 왔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수의사요. 다크서클 있는 잘생긴 사람."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하고 컵 너머로 나를 보았다. "그 사람 오면 이상해져요. '말하게 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닥치게 하고 싶은' 얼굴이 돼요."
"사백 살 먹은 얼굴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졸린 티가 나지, 할머니."
서연은 내가 나이를 말하면 과장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꼬리 하나 보여주고 설명을 아끼고 싶지만, 서류 작업이 떠오르면 그만둔다.
진열 담당 대호는 5시에 상품 카트와 고등학교 때부터 잠을 안 잔 얼굴로 도착했다. 대호는 스물여섯이고 철학과를 중퇴할 뻔했으며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이론이 있다. 에너지 드링크를 채우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사랑은 평판 좋은 습관이에요."
"너도 좋은 아침이구나."
"삼각김밥 아저씨가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같은 걸 사니까 하는 말이에요.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유리. 경로예요. 동물도 인간도 경로를 만들어요."
"새벽 5시에 참 심오하네."
"새벽 5시엔 철학이 공짜거든요."
서연이 커피를 들었다.
"대호, 일해. 아니면 요구르트 던진다."
그렇게 밤이 갔다. 그 둘의 합창과, 몸속에서 세고 있으면서 보고 싶지 않은 카운트다운 사이에서.
정들지 않으려는 시도(문서로)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거래명세서 뒷면에, 대호가 아무도 안 볼 때 문다고 생각하는 볼펜으로. "재민이 나에게 맞지 않는 이유"라고 이름 붙이고 아주 진지하게 임했다.
- 하나: 3시 40분에 온다. 즉 그의 인생은 근무다. 근무하는 사람은 사랑할 시간이 없고 채울 뿐이다.
- 둘: "감사합니다"를 공식처럼 말한다. 좋다. 공식은 달라붙지 않는다.
- 셋: 포르말린과 개 냄새가 난다. 강한 냄새는 기억된다. 기억되는 냄새는 함정이다.
- 넷: 모두에게 친절하니 그의 친절은 아무 의미도 없다.
- 다섯: 눈썹에 잘 아물지 않은 흉터가 있다. 흉터가 잘 아물지 않은 법의학 수의사. 속에 뭔가를 두고 오는 남자다.
목록은 가까이 보면 칭찬인 것들로 채워졌다. 다 지우고 한 문장만 썼다. "3초 이상 눈을 보지 말 것."
일주일은 통했다. 둘째 주 3시 40분, 재민이 부은 눈과 광대에 긁힌 자국을 하고 왔다.
"또 고양이요?"
"또 고양이요." 그는 손가락 두 개로 광대를 만졌다. "길고양이예요. 맞고 자라서 이제 때려요. 우리 알아 가는 중이에요."
"어떻게 알아 가는데요?"
"먹을 걸 주고 가만히 있어요. 처음엔 물어요. 그러다 덜 물어요. 언젠가 손을 얹게 해 줘요."
"연애 매뉴얼 같네요."
그가 웃었다. 짧고 지친 웃음이었고, 부은 눈을 감은 채였고, 내 체온은 발목까지 달아났다. 허리 아래의 당김을 느끼고 생각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직이야, 그냥 웃음이야, 사람은 매일 웃어.
꼬리가 맨투맨 아래로 빠져나와 질투하는 암고양이처럼 내 다리에 감겼다. 재빨리 카운터 뒤로 들어가 손으로 꼬리를 추켜올리며 숨겼다.
"추워?" 하고 재민이 물었다.
"많이요."
"뭘 좀 더 입어야겠네."
"3시 40분에 그만 오셔야겠네요."
"왜?"
"제 근무를 어지럽히니까요."
그는 물을 든 채 계산도 하지 않고 잠시 서 있었다.
"시간을 바꿀 수 있어." 하고 말했다. "원하면."
그때 알았다. 목록은 소용없다고. 문제는 그의 습관이 아니라, 내 습관은 이미 진작에 외우고 있었는데 그가 방금 하나를 깨자고 제안한 것이다. 시간을 바꾸자고 하는 남자는 네 시간표를 생각한 남자다. 그리고 네 시간표를 생각한 남자는 너를 생각한 남자다.
"아니요." 하고 말했다. "3시 40분이 좋아요. 삼각김밥 시간이니까."
"알았어."
계산했다. 나가기 전 문가에 멈춰 섰다.
"유리." 내 이름을 불렀다. 명찰에 있었다. "이 시간에 뭐 먹어?"
"안 먹어요."
"티 나."
그리고 갔다. 전자레인지 반사에 비친 나를 보았다. 창백하고, 다크서클이 있고,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 사백십이 살, 그리고 3년 만에 처음으로 배고픈 티가 난다고 말해 준 남자.
꼬리: 9개 중 1개.
그런데 꼬리는 이미 다르게 무거웠다. 그날 밤 창고 수도꼭지에 엉키더니 끝에 흰 머리카락 한 가닥이 남았다.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다른 것들도 느끼기 시작했다. 송곳니는 흥분하면 날카로워져서 보이지 않게 물을 마셔야 했다. 피부는 너무 빨리 나아서 손가락의 판지 베인 상처가 몇 분 만에 아물었고, 끝을 향해 가는 구미호에게 그건 시동이 꺼지기 전에 예열하는 자동차 엔진 같은 것이었다.
사물함에 있던 것
재민은 법의학 연구소 탈의실에 사물함이 있다. 3시 55분에 가운을 입고 사물함 하나를 얼굴에 얹은 채 편의점에 들어왔기 때문에 알았다. 사물함을 열었는데 뭔가가 안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물었다. 며칠 전부터 허락 없이 반말을 했다. 그는 고치지 않았다.
"아니. 아니, 있어. " 그는 목덜미를 쓸었다. "별거 아니야. 오늘 아침 사물함을 열었는데 머리카락이 있어. 흰색. 긴. 꼬리 같은."
아주 가만히 있었다.
"꼬리요?"
"동물 꼬리 말이야. 동물 털. 그런데 사물함 안에, 가운 고리에 걸려서. 그리고 이상한 냄새가 나. " 그는 손을 보았다. "뭔지 모를 냄새. 나 하루 종일 냄새 맡거든. 젖은 개 냄새, 피부염 걸린 고양이 냄새, 사람 냄새 다 알아. 이건 그게 아니야. 이건… " 단어를 찾았다. "겨울 냄새야."
카운터를 붙잡았다. 맨투맨 아래의 꼬리가 굳어 있었다.
"그 털은 어떻게 했어요?"
"봉지에 넣었어. 혹시 몰라서. " 그는 흉터 있는 눈썹을 긁었다. "미친 소리 같지?"
"집에 새 동물이 생긴 소리예요."
"집에 동물 안 키워. 월세 방이고 털 싫어하는 집주인이야."
그는 삼각김밥과 물을 가져갔다. 나는 창고에 들어가 맨투맨을 허리까지 걷어 올렸다. 꼬리, 나의 마지막 꼬리는 뿌리 근처가 벗겨져 있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당겨서 털 한 가닥을 가져간 것처럼. 붉고 윤기 나고 새 살이 이미 비어져 나오고 있었다.
재민의 사물함에 털이 흘렸다. 몇 주째 그가 가까이 있으면 꼬리가 저절로 빠져나와 구석에 감기고 여기저기 들어갔다. 꼬리는 제 둥지를 만든다. 꼬리는 주인보다 먼저 안다.
"닥쳐." 하고 말하고는 억지로 꼬리를 추켜올렸다.
4시 10분에 서연이 커피와 어린 개 에너지를 들고 왔다.
"유리 언니, 등에 왜 반창고 붙였어요?" 허락 없이 나를 돌렸다. "거기 흰 머리카락도 있어! 염색했어요? 유행이네. 왜 등에 했어요?"
"안 보이는 게 좋아서."
"대구에서 제일 이상한 사람이에요."
"고마워, 서연아."
빵을 채우던 대호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흰 머리카락은 포기의 색이에요. 어떤 시인이 그랬어요. 아니면 우리 할머니가. 둘 중 하나."
"대호, 일해."
카운트다운
셈은 수백 년 동안 머릿속에 있었고 늘 쉬웠다. 아홉, 여덟, 일곱. 꼬리마다 남자 하나. 첫 번째는 나에게 시를 읽어 주다가 땅 있는 과부에게 떠난 조선의 학자. 네 번째는 돌아오지 않은 군인. 여섯 번째는 부산의 제빵사, 너무 사랑해서 아직도 그의 밀가루 냄새가 기억나는. 여덟 개의 꼬리. 여덟 명의 다른 남자. 여덟 개의 이야기.
그리고 재민.
어느 날 계산해 보니 아홉이 나왔다. 아홉 개를 써 버렸고 하나가 남았고 그게 그의 것이었다. 냉동고 김서림에 손가락으로 했다. 여덟 줄 그리고 하나 더. 얼굴이 겨우 떠오르는 여덟 이름과 모든 세부가 기억나는 한 얼굴. 김서림을 보며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이 사람은 3년째 아는데 우리 아무것도 안 했어. 저녁도 안 먹었고 같이 자지도 않았고 고양이한테나 할 말밖에 안 했어. 어떻게 사랑했겠어?
꼬리가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중요했다. 꼬리는 데이트나 고백을 이해하지 않는다. 꼬리는 떨어질 때 떨어진다.
그리고 나는 세어 볼수록 점점 줄어들었다.
비 오는 밤이었다. 재민이 3시 40분에 흠뻑 젖어 이마에 머리를 붙인 채 들어와서 참치 삼각김밥 두 개 대신 닭고기 하나를 가져갔다.
"습관을 바꾸네요?" 하고 말했다.
"오늘 개 한 마리가 죽었어. " 그는 삼각김밥을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나랑 2주 있던 애야. 길에서. 맞고 자란 애. " 젖은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아무것도 못 했어. 간이 다 부서져 있었어."
"유감이에요."
"내 일이야. " 그런데 턱이 떨렸다. "손 얹게 해 주던 애였는데."
그리고 생각 없이, 늘 하지 않는 것을 했다. 카운터 밖으로 나갔다. 다가갔다. 젖은 그의 팔에 손을 얹고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제게 얹으세요."
고개를 들었다. 속눈썹에 물이 가득했다. 물지 모를 동물을 보는 눈으로 나를 보고는, 비에 차가운 큰 손을 내 손 위에 얹었다.
등에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당김이 나를 구부렸다. 꼬리가 통째로, 갑자기 빠져나와 재민의 팔과 내 팔에 감겼고, 그는 아래를 보고 숨이 멎었다.
"유리." 하고 말했다. "이게 뭐야?"
"비 와요." 하고 말했다. "창고로 가요."
창고
창고는 2미터에 3미터, 깜빡이는 전구 하나. 문을 닫았다. 재민은 가운데에 물을 뚝뚝 흘리며 서 있었고, 끝이 검은 흰 꼬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 팔찌처럼 그의 손목에 감겨 있었다.
"놀라지 마요." 하고 말했다.
"안 놀랐어. " 그리고 사실이었다. 법의학 수의사는 몸에 놀라지 않고 사람에 놀란다. "나 지금… 이거 네 거야?"
"네."
"늘 있었어?"
"늘. 사백 년 동안."
"알았어. " 그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알았어."
손목에서 꼬리를 풀어 늘어뜨렸다. 그리고 다가가 젖은 가운을 어깨에서 벗겨 음료수 상자 위에 던졌다. 그는 시키는 대로 했다. 목이 드러나고 울대가 오르내렸다. 젖은 티셔츠 위로 가슴에 손을 얹자 심장이 전속력으로 뛰는 게 느껴졌다. 서른세 살의 심장, 앞날이 온전히 남은 심장.
"이제?" 하고 말했다.
"이제 제게 손을 얹어요."
얹었다. 먼저 허리에, 조심스럽게, 내가 물지도 모른다는 듯이. 그다음 더 아래로, 꼬리가 나는 곳까지. 그가 스치자 코로 신음이 새어 나왔고 꼬리가 그의 허리와 엉덩이에 감겨 그를 나 쪽으로 당겼다.
상자에 기대어 키스했다. 그의 입은 비에 차갑고 나는 이럴 때 뜨거우니, 그 온도차에 그가 낮은 소리를 냈다. 송곳니를 조심하며 그의 입술을 물었고, 그는 두 손으로 내 목덜미를 잡았고, 머리핀, 머리카락, 다 무너져 검은 머리가 어깨로 쏟아졌다. 길게, 너무 길게, 그런데 그는 개의치 않았다. 손가락에 머리를 감고 잠시 내 얼굴을 떼어 놓고 보았다.
"눈이…" 하고 말했다. "눈 색이 달라."
"알아요. 닥쳐요."
바지 지퍼를 내렸다. 단단하고 뜨거웠고 손으로 감쌌고, 그는 고개를 젖히며 선반에 뒤통수를 부딪히고도 몰랐다. 이마를 그의 어깨에 붙인 채 천천히, 꽉 쥐며 흔들었고, 그는 맨투맨 아래로 손을 넣어 속옷 위로 나를 찾았다. 서툴고 정확하게, 어디가 아픈지 아는 듯한 그의 만지는 방식으로.
그렇게 서서, 꼬리를 그의 허리에 감고 전구가 깜빡이는 가운데, 소리 지르지 않으려고 그의 티셔츠를 물고서 갔다. 고개를 들자 재민의 눈은 검고 입은 벌어져 있었고, 나를 물 상자 쪽으로 돌려 세우고 청바지 치마를 확 내리고 다리 하나를 들어 올렸다.
"돼?" 하고 물었다. 손이 떨렸다.
"돼요."
천천히 들어왔다. 너무 젖어 있어 미끄러운 열기였는데도 속이 열리는 좋은 쪽으로 아팠다. 상자 모서리를 붙잡았고 그는 내 엉덩이를 붙잡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꼬리가 그의 허벅지에 감기자 그는 빈손으로 꼬리를 떼어 내어 고삐를 잡듯 붙잡았고, 나는 웃음이 터졌다가 신음으로 끊겼다.
창고가 소리로 가득 찼다. 상자가 벽을 치는 소리, 젖은 옷이 스치는 소리, 전구. 그의 어깨를 물었고 그는 "또"라고 말했고 또 물었고, 송곳니는 빼고, 그는 상자와 내 배 사이로 손을 넣어 밀면서 나를 만졌고, 나는 그의 티셔츠에 입을 벌린 채 다리가 풀려 또 갔다.
그는 얼마 뒤 이마를 내 목덜미에 대고 꼬리를 주먹에 쥔 채 갔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며 서 있었고, 옷에서 빗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구가 세 번 깜빡였다.
"유리." 하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거야?"
"뭘 생각하는지에 따라."
"네가 구미호인 것 같아."
천천히 물러났다. 치마를 내렸다. 꼬리는 만족한 듯 스스로 허리에 감겼고, 3년 만에 처음으로 부끄럽지 않았다.
"그게 무서워요?"
"네가 떠나는 게 무서워. " 하고 말했다. "나머지는 상관없어."
그리고 그곳에서, 비뚤어진 상자와 젖은 바닥 위에서 두 번째 당김을 느꼈다.
꼬리: 9개 중 1개.
그런데 머릿속 카운터는 이미 맞지 않았다. 거기엔 두 이름, 두 꼬리, 두 남자가 있었다. 아니었나?
그의 집
그의 집은 채광창이 있는 월세 방 하나, 물 두 병과 빈 반찬통이 든 작은 냉장고였다. 근무 후인 다음 날 아침 8시 10분에 머리를 묶고 심장을 입에 올린 채 갔다.
의자 등받이에 걸린 가운과 팔뚝에 새 붕대로 나를 맞았다.
"또 고양이." 하고 말했다.
"또 보호소 애요. 이제 손 얹게 해 줘. " 그는 문을 닫았다. "이름은 오피시오. 나쁜 이름인데 붙여 버렸어."
좁은 복도에서 서로를 보았다. 그는 졸려서 눈꺼풀에 티가 났는데도 봄이 막 온 것처럼 나를 보았다.
"자도 돼." 하고 말했다. "원하면."
"자러 온 거 아니에요."
"알았어."
다가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빨랐지만 처음만큼은 아니었다. 두 번째는 더 느리다. 두 번째는 이미 기억이 있다.
목에 키스했다. 비누와 오피시오와 소독약 냄새가 났다. 티셔츠를 어깨 아래로 내리고 뼈가 끝나는 곳을 물었고, 그는 숨을 내쉬며 내 허리를 잡고 키스하며 침대까지 데려갔다.
침대는 좁았다. 위로 쓰러지듯 눕고 웃었고, 그는 맨투맨을 벗기고는 이미 저절로 나와 침대 기둥에 감긴 꼬리를 보았다.
"예쁘다." 하고 말했다.
"꼬리예요."
"예쁘다니까."
등 아래, 뿌리에 손을 얹고 엄지로 천천히 문질렀고, 팔에 힘이 풀렸다. 꼬리는 끝보다 뿌리가 훨씬 민감하다. 그는 동물을 열어 간이 어디 있는지 아는 남자답게 바로 알았다. 그 특유의 인내로 문질렀다.
엎드리게 했다. 목덜미와 어깨뼈와 척추에 키스하고 내려갔다. 꼬리 뿌리에 닿자 부드럽게 물었고 나는 시트를 붙잡았다.
"또." 하고 말했다.
또 물었다. 그리고 돌려 눕히고 남은 것을 벗기고 손으로 나를 열었다. 평평한 혀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먹었고, 나는 허벅지로 그의 머리를 조르고 체온이 완전히 달아났다. 발이 차고 손이 차고, 꼬리가 그의 목덜미에 감겨 그를 위로 당겼다.
이마를 맞댄 채 들어왔다. 내내 눈을 보았고,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는 그것을 그는 견뎠다. 짐승처럼 그와 함께 움직이고 손톱을 그의 등에 박았다. 네 줄을 냈고 그는 신음하지 않았다.
"미안." 하고 말했다.
"더."
더 냈다. 입을 벌리고 못생긴 소리로 갔고, 그는 얼굴을 내 목에 묻은 채 떨며 따라왔고 한참 안에 머물렀다.
그 후 꼬리는 스스로 감아 조용히 시트 위에 누웠고, 검은 끝이 내 허벅지에 닿았다. 재민이 꼬리를 보고 손가락 두 개로 쓰다듬었다.
"지쳐?" 하고 물었다.
"지쳐요. " 그의 등을 보았다. "네 줄 났어요."
"알아. " 그는 돌아서 옷장 거울에 등을 보여 주었다. "두 줄은 벌써 아물었어. 오피시오랑 같아. 나는 당하는 편이야."
웃음이 났고 눈에 바보 같은 것이 차올랐고 생각했다. 말도 안 돼. 이 사람이 마지막일 리 없어.
꼬리: 9개 중 1개.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의 욕실에서 빗에 흰 머리카락 한 가닥이 나왔다. 베개에도 한 가닥. 꼬리 뿌리는 만지면 흔들리는 이처럼 아팠다.
그녀의 집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3층에 사는 아파트, 버스 정류장이 보이는 창문, 7시에 샤워하며 노래하는 이웃. 11년째 산다. 아무도 올려 본 적이 없었다.
재민이 토요일에 장바구니와 "혹시 몰라서" 산 빨간 리본을 들고 올라왔다. 리본은 꼬리용이었다. 우리 집에서 꼬리는 더 이상 숨지 않았다. 제 집인 양 바닥을 돌아다니고, 탁자에 올라가고, 의자 다리에 감겼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전구와 함께 창고에 두고 왔다.
그를 등지고 바닥에 앉아 꼬리를 내밀었다.
"묶어 줘요." 하고 말했다. "뿌리 쪽으로. 리본으로."
재민이 뒤에 앉았다. 머리를 떼어 내고 꼬리를 조심스레 모아, 조이지 않게 비뚤어진 리본으로 묶었다. 끝나자 목덜미에 키스했다.
"이렇게. " 하고 말했다. "됐어."
돌아서 키스했다. 꼬리를 묶은 채, 우리 집 바닥에 다리를 벌리고 키스했고, 그는 거기 러그 위로 나를 눕히고 빨간 리본이 나를 시트에 조이며 이웃이 벽 너머에서 노래하는 가운데 천천히 나를 사랑했다.
달랐다. 느리고 따뜻했고 그의 얼굴이 아주 가까웠고, 중간에 내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엄지로 닦아 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본에 꼬리가 팽팽해진 채 당기며 갔고, 그는 안에 가서 몸을 떨어뜨렸고, 그의 무게는 사백 년 동안 내가 가져 본 집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그 후 부엌에서 그가 밥을 짓는 동안 창유리에 비친 나를 보았다.
머리가 희었다. 한 가닥이 아니라 관자놀이부터 통째로 한 줄. 그리고 손등 피부가 더 얇고, 처음 보는 푸른 핏줄이 보였다.
"재민."
"응?"
"내 꼬리 몇 개 남았다고 생각해요?"
그가 국자을 든 채 돌아보았다.
"하나라고 했잖아?"
"네. " 내 손을 보았다. "하나요."
"그럼 하나지."
그리고 부엌에서 밥이 김이 오르는 가운데 다시 셈했다. 또 했다. 계속 틀렸다. 사백 년 동안 남자를 세면서 같은 것을 두 번 센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덟 꼬리. 여덟 남자. 머릿속에 말처럼 있었다. 조선의 그, 군인, 제빵사,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그리고 재민.
그런데 여섯 번째의 얼굴을 떠올리려 하자 다른 옷을 입은 재민이 나왔다. 부산 제빵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려 하자 참치 삼각김밥 두 개를 사는 재민의 목소리가 나왔다. 돌아오지 않은 군인을 생각하자 의자 등받이에 걸린 재민의 가운이 근무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떠올랐다.
여덟 꼬리. 그리고 모두, 어떻게든, 같은 사람.
잘못된 셈
사흘 밤을 편의점 카운터 아래에서 손가락으로 세며 보냈다. 서연이 커피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이상해요. 평소보다 더."
"계산 중이야."
"금전 계산이요?"
"인생 계산."
"너무 극적이네."
캔을 쌓던 대호가 말했다.
"인생 계산은 절대 안 맞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죠."
"대호, 너 술 안 마시잖아."
"그래서 이렇게 슬픈 거예요."
그리고 3시 40분에 재민이 들어왔고, 처음으로 3년째 코앞에 있던 것을 깨달았다. 그가 늘 같은 시간에 오는 건 내가 거기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의 밤을 나에게로 향하는 경로로 만든 것. 삼각김밥은 핑계고 물은 핑계고 시간은 핑계이고, 남자는 무언가 없이는 3년 동안 핑계를 유지하지 않는다는 것.
셈이 통째로 무너졌다.
아홉 꼬리. 여덟 사랑. 그런데 여덟이 아니었다면? 단 한 사람이 반복된 것이고, 그의 매 단계가 새 남자처럼 보여서 모르는 사이 같은 남자에게 꼬리를 하나씩 써 버린 것이라면? 지쳐 오는 그. 입꼬리 한쪽으로 웃는 그. 고양이에게 할퀴게 내주는 그. 시간을 바꾸자고 제안한 그. 혹시 몰라서 빨간 리본을 사 온 그.
전부 같은 사람. 전부 재민. 그리고 나는 욕망의 종류를 세다가 몇 달 전에 이미 꼬리가 다 떨어졌던 것이다.
카운터를 붙잡았다. 등이 더 아래, 뼈가 새로운 곳에서 아팠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서 맨투맨을 걷었다.
꼬리는 거기 있었다. 희고, 그가 묶어 준 빨간 리본이 감겨 있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것을 잘 보니 더 짧았다. 그리고 전에 피부가 있던 뿌리에는 오래된 절단면 같은 분홍빛 흉터가 아물어 있었다.
만졌다. 겨우 느껴졌다.
"아니야." 하고 거울에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런데 거울은 듣지 않았다.
꼬리: 9개 중 1개.
그리고 그날 밤, 리본이 저절로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졌다. 꼬리가 풀리고 늘어나 축 처져 검은 끝이 타일에 닿았다. 곧 떨어질 잎처럼.
카운터로 나갔다. 재민이 물을 계산하고 있었다.
"괜찮아?" 하고 말했다. "하얘."
"재민. " 그의 손목을 잡았다. "얼마나 오래 왔어요?"
"뭐?"
"3시 40분. 얼마나?"
그가 멈췄다.
"3년." 하고 말했다. "3년 2개월."
"왜요?"
"그게… " 그는 내가 잡은 손목을 보았다. "처음엔 뭔가 사고 싶어서. 그러다 여기서 사고 싶어서. 그러다 너한테서 사고 싶어서."
"왜 말 안 했어요?"
"네가 안 봤으니까. " 지친 듯 웃었다. "난 기다릴 줄 알아. 잘하는 건 그것뿐이야."
눈에 물이 찼다. 손목을 놓았다.
"3년." 하고 말했다. "3년 2개월."
"응."
"나도."
그가 나를 보았고, 몸을 아는 사람이라 이해했다. 내가 사백 년 만에 하지 않던 말을 방금 했다는 것을.
무서운 것
죽을 몸은 상이 아니다.
그건 다음 몇 주에 배웠다. 꼬리가 실처럼 남고 피부가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을 때. 구미호는 체온이 잘못 조절되어 있다. 인간은 더 나쁘다. 추워지기 시작했다. 진짜 추위, 담요와 양말의 추위, 3시 새벽 카운터 뒤 발의 추위, 서연이 창고에서 담요를 가져다주며 늙은 고양이 같다고 했다.
뾰루지가 났다. 사백십이 살에 뾰루지. 캔 모서리에 베었는데 상처가 몇 분이 아니라 이틀 걸려 아물었다. 송곳니가 무뎌져 더 이상 베지 못하고 거추장스러웠다. 어느 밤 화장실 거울에 이마의 주름을 보았다. 작은. 주름 하나.
"주름 생겼어." 하고 전화로 재민에게 말했다.
"환영해."
"웃기지 않아. " 이마를 눌렀다. "죽을 거야."
"나도. " 뒤에서 오피시오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 나 하루 종일 뭐 하는지 알아? 죽은 동물 여는 거야. 나 잘 알아. 더 정상인 건 없어."
"그런데 나는 사백 년 동안 안 죽었어."
"나는 서른세 살이야. 한 가지는 네가 나보다 앞서 있어. 무서운 게 뭔지 알아. " 잠시 조용했다. "갈까?"
"응."
왔다. 아침 8시 20분에, 혼자 둘 수 없어서 오피시오를 이동장에 넣고. 거실 바닥에 고양이를 무릎에 두고 앉아 재민에게 말했다.
"꼬리가 없어지면 죽어. 내일은 아니야. 오십 년일 수도 있어. 오 년일 수도 있어. 인간이 된 마지막 구미호들은 바보 같은 것들로 죽었어. 하나는 감기로. 하나는 계단에서 떨어져서."
"그게 무서워? 계단에서 떨어지는 게?"
"잊는 게 무서워. " 그를 보았다. "사백 년의 기억이야, 재민. 그리고 인간이 되면, 뭐? 머리가 너처럼 서른세 살이 돼? 조선을 잊어? 엄마를? 너를 알기 전에 여덟 번 사랑한 것도?"
그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앞 바닥에 앉았다.
"몰라. " 하고 말했다. "그런데 나도 잊어. 열쇠도 잊고 생일도 잊어. 그렇다고 죽지는 않아. " 나를 보았다. "유리. 남고 싶어?"
"너랑 있고 싶어."
"그건 물어본 게 아니야."
입을 다물었다. 오피시오가 발로 내 허벅지를 꾹꾹 눌렀다.
"모르겠어. " 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응, 인데 응이라고 말하는 게 무서워."
"그럼 아직 말하지 마."
그게 내가 들어 본 가장 다정한 말이었다. 두려움을 통째로 남겨 주었으니까.
꼬리: 9개 중 1개.
그런데 꼬리는 이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에서, 바닥에서, 탁자 끝에 축 처져 가만히 있었다. 더 이상 감기지 않았다. 가끔 잠결에 재민이 손으로 꼬리를 찾아 축 처진 것을 만지고, 아이를 덮어 주듯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마지막
마지막 밤은 평범한 밤이었다. 그게 중요하다. 평범했다.
2시부터 8시 근무. 서연이 4시 10분에 와서 우표로 계산하려던 손님 이야기를 했다. 대호가 5시에 와서 음료수를 쌓고 사랑은 평판 좋은 습관이라고 했다. 재민이 3시 40분에 늘 그렇게, 가운에 못 잔 머리를 하고 와서 참치 삼각김밥 두 개와 물 하나를 샀다.
그를 보았다. 맨투맨 아래 꼬리는 축 처져 있었고, 혀로 흔들리는 이를 느끼듯 느꼈다.
"유리?"
"창고로 와요."
"지금?"
"지금."
서연을 계산대에 두었다. 그녀는 눈썹을 천장까지 올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연에게 그건 영웅적인 일이었다.
창고에서 전구가 깜빡이는 가운데 맨투맨을 걷었다. 꼬리가 희게, 검은 끝이 거의 바닥에 닿은 채 축 처져 있었다.
"떨어질 거야." 하고 말했다. "오늘."
재민이 꼬리를 보았다. 그리고 나를 보았다.
"떨어지면 어떻게 돼?"
"하나도 없어져. 인간이 돼. " 목이 메었다. "죽어, 재민. 언젠가는. 늦게가 얼마나 늦은지도 모르고."
다가왔다. 허리에 손을 얹고 나를 안고 이마에 키스하고, 입에 키스했다. 천천히, 동물을 여는 그 인내로.
"알았어. " 하고 말했다. "그럼 우리 죽자."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알아. " 나를 보았다. "유리, 들어 봐. 나는 꼬리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삼각김밥 채우는 방식 때문에 좋아해. 3시 40분에 오지 말라고 하면서 기다리는 너라서 좋아해. 무는 방식 때문에 좋아해. " 꼬리 뿌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내일 인간이 돼서 해마다 주름이 생겨도 주름까지 좋아할 거야. 계단에서 떨어져도 바닥에서 좋아할 거야."
눈물이 떨어졌다. 또 떨어졌다.
"오글거려." 하고 말했다.
"수의사니까."
코가 막힌 채 웃었다. 그가 다시 키스했고 나는 가운을 잡아 끌어당겼고, 꼬리는 마지막 힘으로 그의 다리에 감겼다.
가운을 풀었다. 바지에 손을 넣었다. 단단했고 그가 이마를 내 어깨에 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하고 말했다. "떨어지기 전에."
"서두를 것 없어."
"재민."
"알았어. 빨리."
나를 물 상자 쪽으로 돌렸다. 치마를 내렸다. 손은 내 배에 입은 목덜미에 두고 들어왔고, 나는 물 상자를 붙잡았고 전구가 깜빡였고 그가 밀었고, 밀 때마다 꼬리가 조금씩 흔들렸고 꼬리는 그의 다리에서 몸부림쳤고, 늘어나는 게,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더." 하고 말했다.
더 줬다. 한 손은 허리에 한 손은 머리에 두고 세게 줬고, 나는 길고 못생긴 신음으로 갔고, 가장 높은 지점, 끝에서 마지막 당김, 진짜, 뽑아 가는 것을 느꼈다.
꼬리가 그의 다리에서 풀렸다.
젖은 천 같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창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재민은 안에 머문 채 가만히, 내 목덜미에 숨을 쉬었다. 나는 바닥의 꼬리를 보았다. 희고, 검은 끝, 작고, 구겨지고, 윤기 없는.
"됐어." 하고 말했다.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슬퍼서가 아니라 추워서. 속에서부터 추위가 들어왔다. 처음 느끼는 추위, 뼛속의 추위, 심장이 다르게, 더 느리게, 더 진짜로 뛰는 것을 알았고, 손이 무겁고, 공기가 전보다 강하게 냄새 나고, 모든 것이 더 강하게, 판지, 세정제, 재민의 땀, 그리고 전구가 깜빡이며 눈이 아팠다.
재민이 뒤에서 안았다. 가운으로 나를 덮었다.
"숨 쉬어." 하고 말했다. "나랑 같이 숨 쉬어."
숨을 쉬었다. 1초. 2초.
"추워." 하고 말했다.
"알아."
"진짜로 추워, 재민. 인간처럼."
"알아. " 그가 나를 안았다. "그리고 나는 집에 담요가 있어."
얼굴이 눈물투성이인 채 웃었다. 돌아서 그를 안고 얼굴을 가슴에 묻었고, 그는 손으로 내 머리를 감쌌고, 꼬리가 바닥에 있는 채로 한참 그렇게 있었다. 서연이 창고 문을 두드리며 말할 때까지.
"유리 언니, 괜찮아요? 계산대에 꼬리가 있어서요."
꼬리: 9개 중 0개.
그 후
꼬리를 주웠다. 투명 비닐봉지에 넣어 집으로 가져갔다. 재민은 버리자고 했지만 아니라고 했고, 지금은 냉장고 위 유리병에 검은 끝을 아래로, 마른 꽃다발처럼 있다.
서연이 다음 날 물었다.
"유리 언니, 왜 병에 여우 꼬리가 있어요?"
"아는 여우 거야."
"언니, 진짜 이상해."
대호가 선반에서 말했다.
"꼬리를 병에 넣어 두는 사람은 많이 살았어요. 눈에 티가 나요."
웃고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제 설명할 꼬리가 없으니까.
이제 춥다. 이마에 주름 하나, 입꼬리에 둘, 튀김을 먹으면 뾰루지가 난다. 캔에 베었는데 상처가 곪아서 재민이 그의 욕실에서 소독약으로 치료하며 왜 진작 말 안 했냐고 투덜댔다. 오피시오는 침대에서 나와 자고 발로 내 배를 꾹꾹 누르고, 재민은 질투한다고 말한다.
2시부터 8시 근무를 계속한다. 재민은 3시 40분에 계속 온다. 참치 삼각김밥 두 개와 물 하나를 사고, 가끔 서연이 안 볼 때 카운터 너머로 키스한다.
죽는 게 무섭다. 바보 같은 감기, 계단, 버스, 이제 내 것만인 몸이 닳아 갈 것이 무섭다. 엄마를, 조선을, 그가 그인 줄 알기 전에 여덟 번 사랑한 것을 잊는 게 무섭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근무를 마치고 나오니 날이 밝았고 재민이 우산과 삼각김밥 두 개를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말했다.
"하나는 네 거야. 이제 이 시간에 뭐 먹잖아."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뜨겁고 내 손은 차갑고, 우리는 우산 아래 그의 집으로 걸었다.
사백십이 년. 꼬리 0개. 주름 하나.
그리고 8시 10분에 나를 기다리는 남자.